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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루탈리스트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by kunkim1 2025. 2. 19.

더 브루탈리스트

2024년 개봉 예정인 영화 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는 전후(戰後) 시대의 상처를 지닌 한 건축가의 삶을 따라가며,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독특한 미장센과 깊이 있는 서사, 그리고 절제된 감정선이 어우러진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을 중심으로 작품의 본질을 탐색해 보겠습니다.

1. 더 브루탈리스트 줄거리: 꿈과 현실 사이에서

'더 브루탈리스트'는 전쟁 이후의 황폐한 유럽에서 출발하여, 미국으로 이주한 한 건축가의 삶을 따라갑니다. 주인공 루돌프(애드리언 브로디 분)는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찾아 신대륙으로 떠납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환영이 아닌, 견고하고 차가운 현실입니다.

루돌프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실현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의 건설 시장은 그가 가진 예술적 이상과는 전혀 다른 논리로 움직입니다. 브루탈리즘(Brutalism)—노출 콘크리트와 직선적인 형태로 대표되는 건축 양식—은 그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도구이지만, 시대는 이를 거부합니다. 투박하고 차가운 구조물들은 인간미가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고, 루돌프는 타협을 강요받으며 점점 자신의 철학을 잃어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삶은 점점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건축가로서의 신념과 가족을 위한 생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하지만,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들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결국, 한 가지 선택을 내리게 됩니다. 그것이 최선인지, 혹은 최악인지 알 수 없는 채로, 그의 인생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처럼 서서히 굳어갑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긴 침묵과 절제된 감정선으로 담아내며, 인간이 신념을 지키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2. 등장인물: 무너져가는 꿈을 짊어진 사람들

이 영화는 건축을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루돌프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과 타협하고, 때로는 싸우며 살아갑니다. 그들의 대사는 많지 않지만, 표정과 몸짓 속에 쌓인 감정의 무게는 관객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립니다.

루돌프(애드리언 브로디 분)
전후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입니다. 이상주의적이지만, 점점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의 건축물은 그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며, 차가운 콘크리트처럼 점점 감정이 말라갑니다.

에디트(펠리시티 존스 분)
루돌프의 아내이자, 그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여성입니다. 그녀는 남편의 예술적 신념을 이해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점점 지쳐갑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루돌프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갑니다.

엘리엇(가이 피어스 분)
미국에서 루돌프를 지원하는 후원자이자 개발업자입니다. 그는 루돌프의 재능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사업적인 이익을 위해 그를 이용하려 합니다. 루돌프에게는 기회이자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흔들리며,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합니다. 어떤 이는 타협을 택하고, 어떤 이는 끝까지 버팁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결국,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습니다.

3. 감상평: 무거운 침묵 속에 남겨진 것들

‘더 브루탈리스트’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무거움입니다. 영화는 화려한 감정을 쏟아내지 않으며, 오히려 극도로 절제된 연출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은근하게 전달합니다. 마치 한강 작가의 소설처럼, 단어 사이의 침묵이 더욱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건축과 인간의 삶을 병치하는 방식입니다. 루돌프의 건축물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는 존재입니다. 처음에는 견고하고 단단했던 그의 신념이 점점 부서지듯, 그의 건축도 점차 변형되고 타협되어 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난 후, 남아 있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뿐입니다.

또한, 영화의 촬영 기법 역시 감정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넓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인물들, 창밖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 그리고 가끔씩 울려 퍼지는 건축물의 울림 같은 소리들은 영화 전체에 깊은 정서를 부여합니다. 한강 작가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성과도 닮아 있습니다. 감정이 직접적으로 폭발하지 않기에 더욱 강하게 다가오는 감정선이 존재합니다.

결론

‘더 브루탈리스트’는 단순한 건축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 예술, 그리고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건축가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거대한 건축물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고, 긴 침묵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모든 장면이 마치 한 편의 문학 작품처럼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결말 이후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을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신념을 지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결국 타협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 것일까요. ‘더 브루탈리스트’는 답을 주지 않지만, 그 질문을 우리에게 남깁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